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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삼공사 한약재시장 진출…한의계 예의주시
안전성 담보 VS 첩약시장 축소
인삼공사 한약재시장 진출… 한의계 예의주시
[781호] 2010년 11월 11일 (목)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한국인삼공사가 전국 1,000여개 농가와 한약재 계약재배 약정을 체결하는 한편 9월15일 충북 제천에서 우수한약재유통지원시설(BTL) 준공식을 갖고 생산시설 가동에 들어갔다. 한의약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아 관련 업계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인삼공사의 BTL 사업 참여에 한의계가 주시하고 있는 배경은 이미 정관장 등으로 인삼유통에 있어 거대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현재는 일부 품목에 제한돼 있기는 하나 점차 품목을 늘려 가면 한의원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은 한의원에 공급되는 한약재 중 국산약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영향도 어느 정도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한의계 일부에서는 “인삼공사의 한의약시장 진출은 3~4년 전부터 예견돼 왔던 것”이라며 그동안 한의학 R&D쪽 회사나 사업단 등과 접촉을 시도해 왔으나 수입 창출구조가 열악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지부진해졌으며 BTL 사업 참여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궁극적으로 건기식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국산 한약재 생산업체들은 인삼공사와 같은 거대 기업이 참여하게 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염경환 한국생약협회장은 “거대자본을 가진 기업이 한약재를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하면 생산자들은 안정적인 공급루트가 생겨 보다 질 좋은 한약재를 생산하는데 주력할 수 있어 생산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의계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김경호 한의협 약무이사는 “과학화 현대화된 시설에서 생산된 한약재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부정적인 시선의 경우도 존재한다. 향후 유통되는 한약재 품목을 늘리게 되면 경쟁이 되지 않는 기존 영세업체들은 고사하고 결국 공사가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독과점 형태가 나타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경호 약무이사는 “독과점 형태의 등장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한약 관련 협회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생약협회, 국산한약재 생산 활성화 계기 환영
일부 품목 독과점 형태 나타나지 않겠냐 우려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기존 인삼시장을 장악한 후 홍삼제품으로 건기식 시장을 흡수했듯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결국 건기식 시장을 늘리는데 주력하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A원장은 “BTL 사업은 해당 참여사 외에는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아 한의계에서 앞으로의 시장동향에 대한 전망을 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할 것”이라며 “BTL 사업이 호기롭게 시작하고 많은 정부예산도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한방과 관련된 사업 자체에 대한 매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의 맥이 말라버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BTL 사업은 한의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방 카테고리 안의 사업이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모두 한방사업 분야 투자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개 지역의 BTL 사업 중 인삼공사가 참여하는 지역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나머지 지역은 한의계 등 연관 분야의 협력을 얻지 못한다면 독자적으로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BTL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수 맑은샘한의원장은 “이미 기존 마트 등을 통해서 한약재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는데다 인삼공사의 참여는 그 기세를 더욱 키우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한약재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의사들의 이권은 더욱 축소된다는 것이다.
인삼공사는 한의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한약재를 공급하겠다고 이미 밝히고 있고 이에 따라 좀 더 큰 이익이 생길 수 있는 건기식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시나리오를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반인들이 직접 한약재를 사서 먹는 비율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첩약시장 축소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B원장은 “BTL 사업을 통해 한약재를 유통하는 사업체들은 가장 우선 광고할 부분이 바로 안전성이 담보된 한약재라는 부분”이라며 “한의원 한약재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던 일반인들은 당연히 한의원 첩약보다는 안전한 한약재를 직접 사다먹거나 건기식 등을 먹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김영수 원장은 “사업 시작될 때 상을 차려놨지만 당시만 해도 한의계는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며 시장을 미리 내다보고 정책을 펴는 혜안을 아쉬워했다.
A원장도 “사업의 주도권은 결국 큰 기업이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한의계가 거대한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건기식 시장에 대한 일선 한의사들의 민감한 반응을 이해한다며 “한의사가 건기식 시장 진출 등 진료 외의 한방사업을 하는 것은 양날의 칼 같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도 한방사업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한의사가 나와야 하며, 이러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수 원장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이미 한약재 시장은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삼공사의 한약재 시장 진출을 색안경을 쓰고 볼 것이 아니라 한의계가 인삼공사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무관심했다가 증상이 심해진 후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다는 증후가 나타날 때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책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호 약무이사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식품용 한약재와 의약품용 한약재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는 식약청 복지부 등 관련 기관의 협조, 약사법 개정 등과 얽혀 있어 갈 길이 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지연 기자
안전성 담보 VS 첩약시장 축소
인삼공사 한약재시장 진출… 한의계 예의주시
[781호] 2010년 11월 11일 (목) 이지연 기자 leejy7685@mjmedi.com
한국인삼공사가 전국 1,000여개 농가와 한약재 계약재배 약정을 체결하는 한편 9월15일 충북 제천에서 우수한약재유통지원시설(BTL) 준공식을 갖고 생산시설 가동에 들어갔다. 한의약계에 미칠 파장이 만만치 않아 관련 업계들의 비상한 관심이 쏠리고 있다.
한국인삼공사의 BTL 사업 참여에 한의계가 주시하고 있는 배경은 이미 정관장 등으로 인삼유통에 있어 거대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대기업이라는 점이 가장 크게 작용한다. 현재는 일부 품목에 제한돼 있기는 하나 점차 품목을 늘려 가면 한의원에 미치는 영향도 커질 수밖에 없다. 다만 아직은 한의원에 공급되는 한약재 중 국산약재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크지 않아 영향도 어느 정도 제한적일 것이란 지적이다.
한의계 일부에서는 “인삼공사의 한의약시장 진출은 3~4년 전부터 예견돼 왔던 것”이라며 그동안 한의학 R&D쪽 회사나 사업단 등과 접촉을 시도해 왔으나 수입 창출구조가 열악하다는 판단에 따라 지지부진해졌으며 BTL 사업 참여로 가닥을 잡았다는 것이다. 여기에는 궁극적으로 건기식 시장에 진출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추측이 지배적이다.
국산 한약재 생산업체들은 인삼공사와 같은 거대 기업이 참여하게 된 것을 환영하는 분위기다. 염경환 한국생약협회장은 “거대자본을 가진 기업이 한약재를 계약재배를 통해 수매하면 생산자들은 안정적인 공급루트가 생겨 보다 질 좋은 한약재를 생산하는데 주력할 수 있어 생산 물량도 늘어날 것으로 본다”고 전망했다.
반면 한의계는 장단점이 있기 때문에 조심스럽게 예의주시하는 상황이다. 김경호 한의협 약무이사는 “과학화 현대화된 시설에서 생산된 한약재를 안전하게 이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반면 부정적인 시선의 경우도 존재한다. 향후 유통되는 한약재 품목을 늘리게 되면 경쟁이 되지 않는 기존 영세업체들은 고사하고 결국 공사가 일부 품목에 대해서는 독과점 형태가 나타나지 않겠냐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김경호 약무이사는 “독과점 형태의 등장이 우려되기 때문에 이에 대해 한약 관련 협회들과 의견을 나누고 있다”고 말했다.
생약협회, 국산한약재 생산 활성화 계기 환영
일부 품목 독과점 형태 나타나지 않겠냐 우려
우려되는 부분 중 하나는 기존 인삼시장을 장악한 후 홍삼제품으로 건기식 시장을 흡수했듯이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의 특성상 결국 건기식 시장을 늘리는데 주력하지 않겠냐는 예상이다. 업계 사정에 밝은 A원장은 “BTL 사업은 해당 참여사 외에는 정보가 거의 공개되지 않아 한의계에서 앞으로의 시장동향에 대한 전망을 하기에는 정보가 부족할 것”이라며 “BTL 사업이 호기롭게 시작하고 많은 정부예산도 들어갔지만 문제는 이 사업이 활성화되지 않을 경우 한방과 관련된 사업 자체에 대한 매력이 급속도로 떨어지면서 이 분야에 대한 정부 지원의 맥이 말라버릴 수 있다는 점”이라고 우려했다. 그는 BTL 사업은 한의계와 직접적으로 연관되는 분야는 아니지만, 간접적인 영향을 받는 한방 카테고리 안의 사업이기 때문에 외부에서는 모두 한방사업 분야 투자로 여겨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5개 지역의 BTL 사업 중 인삼공사가 참여하는 지역은 자본력을 바탕으로 성공 가능성이 높지만 나머지 지역은 한의계 등 연관 분야의 협력을 얻지 못한다면 독자적으로 사업 아이템을 가지고 성공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전망했다.
BTL 사업에 참여하고 있는 김영수 맑은샘한의원장은 “이미 기존 마트 등을 통해서 한약재시장이 급격하게 팽창하고 있는데다 인삼공사의 참여는 그 기세를 더욱 키우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기존 한약재시장을 독점하고 있는 한의사들의 이권은 더욱 축소된다는 것이다.
인삼공사는 한의원뿐 아니라 일반 소비자에게도 한약재를 공급하겠다고 이미 밝히고 있고 이에 따라 좀 더 큰 이익이 생길 수 있는 건기식 시장에도 진출한다는 시나리오를 추측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일반인들이 직접 한약재를 사서 먹는 비율도 더욱 높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첩약시장 축소를 부채질할 가능성이 높다. B원장은 “BTL 사업을 통해 한약재를 유통하는 사업체들은 가장 우선 광고할 부분이 바로 안전성이 담보된 한약재라는 부분”이라며 “한의원 한약재에 의혹의 시선을 보내던 일반인들은 당연히 한의원 첩약보다는 안전한 한약재를 직접 사다먹거나 건기식 등을 먹지 않겠느냐”고 예상했다. 김영수 원장은 “사업 시작될 때 상을 차려놨지만 당시만 해도 한의계는 별 다른 관심이 없었다”며 시장을 미리 내다보고 정책을 펴는 혜안을 아쉬워했다.
A원장도 “사업의 주도권은 결국 큰 기업이 갖게 될 수밖에 없다”며 “한의계가 거대한 규모의 정부 지원을 받을 수 있는 역량이 부족한 점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그는 건기식 시장에 대한 일선 한의사들의 민감한 반응을 이해한다며 “한의사가 건기식 시장 진출 등 진료 외의 한방사업을 하는 것은 양날의 칼 같다. 그러나 우리 내부에서도 한방사업화에 주도적인 역할을 하는 한의사가 나와야 하며, 이러한 성공 모델을 만들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김영수 원장은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며 “이미 한약재 시장은 소비자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기 때문에 한국인삼공사의 한약재 시장 진출을 색안경을 쓰고 볼 것이 아니라 한의계가 인삼공사와 서로 상생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야 한다”며 “무관심했다가 증상이 심해진 후 뒤늦게 후회하는 것보다는 증후가 나타날 때 적극적인 관심과 대응책을 함께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경호 약무이사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식품용 한약재와 의약품용 한약재를 철저히 구분하는 것”이라며 “다만 이 문제는 식약청 복지부 등 관련 기관의 협조, 약사법 개정 등과 얽혀 있어 갈 길이 멀다”고 고충을 토로했다.
이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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